“혼자 살면 가장 큰 부담이 ‘월세 마련’이에요.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여러분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경기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부모가 세상을 떠난 16세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지냈던 이휘(가명·25) 씨는 카메라 앞에서 조곤조곤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올해 1월 만 24세가 돼 ‘보호 종료’로 홀로서기를 했다. 이 씨처럼 시설에서 자란 아동·청소년 가운데 나이가 차서 자립하는 이들은 해마다 2500여 명에 이른다.
“혼자 살아보니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월세였어요.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월세 내고 나면 빠듯했죠. 돈 좀 아껴보려고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했어요. 전세대출은 어디서 어떻게 받는 것인지조차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여러분들은 미리 알고 준비하시길 바라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달 29일부터 보호 종료 대상자들을 위해 자립에 필요한 노하우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씨도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당 콘텐츠 제작은 2018년 자립한 모유진 씨(26)가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모 씨가 “보호 종료를 앞둔 이들에게 보탬이 될 경험담과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해와 재단 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함께 촬영한 모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대출을 받으면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알짜배기’ 정보를 전했다. 모 씨는 “처음엔 기댈 곳이 없어 막막했다”며 “언젠가 세상에서 홀로 설 후배들이 믿고 기댈 ‘언니’나 ‘누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현진 씨(24)도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실패담까지 있는 그대로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유튜브 영상 제작과 함께 에세이집도 펴낼 예정이다. 모 씨 등과 함께 이들의 홀로서기 여정을 상세하게 담으려 한다. 글쓰기에도 참여하는 이휘 씨는 “자립한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의 장래희망을 포기한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우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 제 얘기를 통해 ‘우리도 꿈꿀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세이는 ‘혼자가 아니다’를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네요. 자립한 뒤 1년 동안 혼자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저 같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의지할 수 있는 선배와 친구들이 있으니, 언제든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이모 씨·24)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