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행사 참여를 미리 알린 첫 공개 행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제가 걸어가는 길을 지켜봐달라”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전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처음으로 제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다 아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언제 시작할 것이냐”는 물음엔 “우리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 여러분이 좀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정치 데뷔 일정에 대해 야당 의원들과 윤 전 총장의 여러 측근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잠행만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왔다. 윤 전 총장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장모에 대한 의혹과 향후 일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어릴 적부터 어른들로부터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많이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우당의 증손자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유년 시절부터 친분이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며 “한 나라가 어떠한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떠한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은 아주 뜻깊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4월 2일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날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투표장에 나타난 이후 두 달 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참석해 윤 전 총장과 악수를 나눴다. 기념식 행사장에서 윤 전 총장은 우당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당 선생의 또 다른 손자인 민주당 이종걸 전 의원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서로 욕설하며 고함을 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지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에 걸맞게 예우하라”고 외쳤지만 반대쪽에선 “윤석열 구속하라” “헌법을 부정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렇게(구속) 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느냐”며 소리를 질러 주최 측이 제지하기도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