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600여 점의 조선 전기 금속활자가 대거 출토됐다. 훈민정음 창제 표기법을 따른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와 1440년대 구텐베르크가 서양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할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도 포함됐다.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 곳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2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서 지난해 발굴한 한자 금속활자 1000여 점, 한글 금속활자 600여 점을 공개했다. 한자 활자 중 일부는 세종 때인 1434년에 만든 ‘갑인자(甲寅字)’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발굴된 금속활자 중에서는 1455년에 만든 ‘을해자(乙亥字)’가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갑인자 추정 활자 4, 5개가 추후 연구를 통해 최종 확인된다면 세종 재위 기간(1418∼1450년)에 만들어진 금속활자의 최초 실물이자, 구텐베르크 인쇄기보다 앞선 것이 된다.
한글 활자 중에는 15세기에 사용된 동국정운(東國正韻)식 표기법을 따른 유물들이 포함돼 있어 한글 연구에 획기적인 사료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국정운은 조선 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음에 관한 책이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