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든 사업이든 야망을 품은 자는 성공의 사다리가 되어 줄 후원자나 파트너를 구하기 마련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여성은 전문 교육을 받거나 전문 직업을 갖기도 힘들었기에 야망은 남성을 위한 용어였다. 하지만 제임스 티소의 그림 속엔 야망 있는 여자가 등장한다. 심지어 제목이 ‘정치적인 여자’다. 그녀는 대체 어떤 야망을 품은 걸까?
티소는 23세 때 파리 살롱전에 입상하며 일찌감치 프랑스 화단에서 인정받았지만, 자신이 지지했던 ‘파리코뮌’이 실패하자 1871년 런던으로 떠났다. 자크라는 본명을 버리고 제임스라는 영어 이름으로 개명까지 하면서 영국 화단에서 성공했지만 연인이 죽자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귀국 직후 티소는 ‘파리 여자들’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15점의 대형 회화를 전시했는데, ‘정치적인 여자’도 그중 하나다. ‘환영 연회’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젊은 여성이 노신사와 팔짱을 끼고 연회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남자는 분명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큰 부와 권력을 가졌을 것이다. 이 커플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수군거리는 이도,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자도 있지만 여자는 자신이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파리 상류층 무도회에서 여자는 스스로를 우아하고 멋지게 포장해 신분 상승을 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화려한 연분홍 드레스와 타조 깃털 부채 등 그녀의 의상도 당대 양장 기술의 걸작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티소는 상류층 사교계 여성을 그려 자신이 프랑스 화가이며 그림의 고객이 될 상류 사회의 맥박을 여전히 느끼고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좋은 평은 고사하고 ‘우아한 인형’을 그린 것 같다는 비판만 받았다. 남자를 발판으로 신분 상승을 꿈꿨던 야망 있는 여자는 실은 파리 화단에서 재기하고픈 화가 자신의 핑크빛 희망을 대변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