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딸이 안기려고 하면 몸이 굳었다. 딸은 어머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그 딸이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는 자기 딸에게 똑같이 했다. 딸이 안기려고 하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그리고 욕하고 때리면서 딸을 모질게 키웠다. 너무 슬픈 대물림이었다.
캐나다 원주민 작가 베라 마누엘의 희곡 ‘인디언 여성들의 강인함’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어머니가 그러한 것은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입은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그는 15만 명에 달하는 인디언 아이들처럼 강제로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학교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기독교, 서양문화를 강요하고 그들에게서 인디언적인 것을 빼내 유럽인으로 개조하기 위한 수용소였다. 학교는 인종청소의 도구였다. 아이들은 정신적, 신체적, 성적인 폭력과 질병에 시달렸다. 그들이 죽으면 학교는 부모에게 시신을 넘겨주지도 않고 그냥 묻었다. 세상을 지금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인디언 기숙학교 부지에서 발견된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유골이 생생한 증거다.
희곡 속 어머니가 딸을 밀쳐낸 것은 폭력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가 신부와 수녀, 교사들로부터 당한 폭력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딸과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딸이 다가오면 밀쳐냈다. 때로는 욕하고 때렸다. 실제로는 사랑하면서도 그랬다. 딸이 기숙학교에 대해 물으면 괜찮은 곳이었다고만 말했다.
슬픔으로 가득한 이 희곡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어머니의 말에 딸이 “아니, 안 그래요”라고 말하는 대목이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어머니가 딸에게 용서를 빌며 이제부터는 몸이 굳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딸은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국가와 종교가 합작한 기숙학교로 인해 삶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어머니와 딸은 사랑으로 이겨냈다.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