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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뮤지컬 만나… 잠자던 MZ세대 흥을 깨우다

국악, 뮤지컬 만나… 잠자던 MZ세대 흥을 깨우다

Posted August. 18, 2021 07:30   

Updated August. 18, 20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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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화한 국악이 뮤지컬과 만나 MZ세대를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국악은 더 이상 고루한 장르가 아니라, 한번 느껴보고 싶은 ‘힙한’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선풍적 인기와 국악 장단이 어우러진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 이런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공연 제작자, 작곡가들도 국악기를 활용한 ‘국악 퓨전’으로 다양한 음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 정동극장의 뮤지컬 ‘판’은 최근 10∼30대 관객층으로부터 인기가 뜨겁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지난달 27일 개막한 작품은 19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벌던 직업인 ‘전기수’가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풍자, 해학, 흥을 담고 있는 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국악기 활용이 돋보이는 넘버들.

 한 10대 관객은 “국악 퍼커션(타악기 연주)이 대박이다. 인형극과 판소리가 잘 섞여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20대 관객도 “국악, 판소리, 마당극 등 전통적 소재와 뮤지컬 장르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놀랐다”는 관람평을 남겼다. 정동극장의 박진완 홍보마케팅팀장은 “정동극장엔 중장년 관객도 많이 찾는 편인데 국악과 결합한 공연에 MZ세대 관객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 놀랐다”며 “청소년층의 증가도 눈에 띈다. 전체 관람객의 15%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18일 개막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뮤지컬 ‘금악’에선 국악을 활용한 음악적 실험도 엿볼 수 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뮤지컬에 뛰어든 건 드문 일이다. 신라시대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진 금지된 악보 ‘금악’을 둘러싼 이야기로 판타지 사극 뮤지컬을 표방했다.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원일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재즈드러머인 한웅원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 감독은 “‘시나위’는 국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어떤 소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악기에 전자음악, 앰비언스 음악까지 결합해 국악이 국악으로 들리지 않는 실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악을 축으로 레게, 힙합, 록, 스윙재즈 등을 결합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로 큰 인기를 얻은 이정연 작곡가는 “국악과 결합한 작업에 대해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국악적 색채가 대중음악에 합쳐졌을 때 엄청난 흥이 나오는 걸 깨달았다. ‘국악도 얼마든지 세련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7일 첫 공연을 앞둔 뮤지컬 ‘조선 삼총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 예술단들이 합작한 이 작품에서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인 한진섭 연출가와 이미경 극작가, 장소영 음악감독이 뭉쳤다. 1811년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평화를 꿈꾸던 세 친구 김선달, 홍경래, 조진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티켓을 조기에 예매한 30대 이하 관객층의 비중이 전체의 73%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특히 국악기와 서양악기 사이 비중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팽팽한 음악적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장면에 따라 굿거리장단, 재즈, 행진곡 등을 교차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악을 활용한 선구자적 시도가 많아졌다. 우리 정서를 국악을 통해 풀어내는 데 대해 젊은 세대가 점차 친숙함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