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사진)가 이달 29일 실시될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다.
스가 총리는 3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기 위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9일 새 자민당 총재가 결정되면 하루나 이틀 뒤 열릴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총리가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자신에 대한 국민과 자민당 의원들의 강한 불신으로 인해 물러난다는 해석이 많다. 스가 총리는 ‘도쿄 올림픽으로 국민적 분위기 고조→중의원 선거 승리→자민당 총재에 무투표 재선’ 시나리오를 그려 왔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르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고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집권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아사히신문 등 일부 언론사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위험 수위’로 불리는 20%대까지 떨어졌다.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자민당의 3선 이하 의원들 사이에 “스가 총리 체제로는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현 중의원 의원의 임기는 10월 21일이어서 그 전후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스가 총리는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거 실시, 자민당 간부 인사 등의 카드를 꺼냈지만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며 의원들의 외면을 받았다. 국민뿐 아니라 자민당 의원들까지 등을 돌리자 스가 총리는 결국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