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는 듯한 47명의 여성 댄서들. 여성들의 신경전인 듯했다. 그러나 곧이은 장면에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댄스에 임하고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한다. 기 싸움이 아닌 실력전이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독점하던 스포트라이트를 댄서들에게도 비추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총 8개 크루, 47명의 여성 댄서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입소문의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홀리뱅’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의 댄스 경연이 대표적이다. 7년간 한 팀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과거 때문이었다. 결별한 지 5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경연이 끝난 후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인물들인 만큼 다양한 관계 이야기와 크루를 승리로 이끌려는 리더 간의 대단한 신경전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건 리더와 팀원 간의 우애와 스포츠 정신. ‘훅’의 리더 아이키는 팀원 중 한 명이 워스트 댄서로 지목되자 마이크를 집어 들어 공개적으로 칭찬해 기를 살려줬고, 이를 본 다른 댄서들은 “멋있다”며 박수쳐 준다. ‘라치카’ 피넛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프라우드먼’ 립제이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결국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 특유의 뻔한 경쟁 구도가 존재함에도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진정성을 믿는 이유다.
특색 있는 크루별 퍼포먼스는 코로나19로 중단된 각종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제작진은 “크루 간의 양보 없는 전쟁 뒤편에 댄서들의 춤에 대한 진심과 열정, 그리고 미션 후나 카메라 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있다는 점이 승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또 크루들의 활약상을 통해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도 알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