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17개 미국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이 17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방한한 뒤 5개월 만이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방한하는 것이라 행보가 주목된다.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17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 기지를 방문한 뒤 오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헤인스 국장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둘러봤다. 정보기관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요 동선을 숨기지 않고 군, 정보당국 인사들과 폭넓게 만났다. 공개 행보 자체가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헤인스 국장의 이번 방한은 최근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건 시점에 성사됐다. 북한은 4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지만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헤인스 국장은 과거 CIA 부국장 시절 평양을 방문해 비밀리에 북측과 직접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청와대나 판문점 방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인스 국장은 북핵 문제 외에도 북한의 사이버 위협, 중국 문제에 대해서도 국정원과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위협적으로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전담 모니터링 요원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13일(현지 시간) 미국변호사협회(ABA)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과 대량살상무기는 우리가 오랫동안 직면했고 여전히 상대하고 있는 전통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헤인스 국장은 중국에 대해서는 “모두가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고 있으며 이는 ‘전례 없는 위협’, ‘추격하는(pacing) 위협’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역내 공격성과 사이버 역량, 경제적 힘을 거론하며 중국의 위협은 ‘비할 데 없는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 ·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