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이 돌았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이 런던 근교 윈저성에서 왕실 소속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선글라스를 쓰고 머리에는 스카프를 두른 채 녹색 재규어 차량을 운전했다. 이 차는 평소 왕실의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쓰인다. 과거 롤스로이스와 재규어는 모두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자동차 브랜드다. 영국 군주는 주로 롤스로이스를 탔지만 여왕은 재규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주요 언론은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여왕의 이번 나들이가 반가운 광경’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최근 여왕의 건강에 따른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여왕은 지난달 1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왕립군단 출범 100주년 기념 미사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같은 달 20일에는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받은 후 하루 만에 퇴원했다. 급기야 왕실 주치의들은 지난달 29일 여왕에게 “2주간 푹 쉬며 안정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여왕은 31일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정상회의를 포함해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왕실 측은 줄곧 “여왕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입원 이유와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논란이 커지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달 30일 “내가 여왕과 통화했다. 여왕의 상태는 매우 좋다”고 진화에 나섰다. 스카이뉴스는 “이번 운전뿐 아니라 향후에도 여왕의 몸 상태와 활동 여부가 계속 화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왕은 1일 COP26 정상회의에 보내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