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이 4일 “북한의 대남·대미 메시지가 구체화되고 있다”면서 남북·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종전 언급에 대해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에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 북한의 대남·대미 메시지 빈도수가 높아졌다”며 “대화 기조가 좀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결단하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의 유럽 마지막 순방지인 헝가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 반응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이 처음”이라면서 “종전선언에 관한 한미 간 협의를 기초로 북한과 협상할 여지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 없이는 종전선언이 의미 없다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처럼 종전선언을 둘러싼 남북미 간 시각차가 작지 않은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종전선언 언급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화 재개의 군불을 떼고 있는 것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