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는 물론이고 첨단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는 한반도에 국한하는 대북 억지 동맹을 뛰어넘어 안보,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을 망라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동맹 구상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경제·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하루 전인 19일 브리핑에서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미국과) 일종의 공급망 동맹 체제가 필요하다.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미국과 (정치 군사안보 중심의) 가치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변하고 있고 이를 우리가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9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후와 에너지, 기술부터 경제성장과 투자까지 한미 글로벌 동맹의 진짜(truly) 본질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수천 개 양질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한 한국의 기술 및 제조업 리더들과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한일 순방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이라며 “결정적인 시점(pivotal moment)에 이뤄졌다”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두 핵심 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활발한 경제 파트너십을 심화하며 두 민주주의 동료와 21세기로 가는 길의 규범(rule)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순방이 “안보부터 경제, 기술, 에너지, 인프라 투자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모를 보여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될 것이라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 주도 경제연합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방문한 적이 있었던 DMZ 대신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DMZ가 아니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을 선택해 한미 첨단기술동맹을 부각하려는 상징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 · 홍수영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