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현존 세계 최고 성능 D램인 ‘HBM3’(사진)의 양산을 시작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한 지 7개월 만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고성능 제품이다. 1초에 819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풀HD 영화 163편을 1초에 전송하는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급격히 늘어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안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SK하이닉스가 데이터 처리 속도와 성능을 개선한 HBM3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를 단 7개월 만에 고객에게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됐다”며 “초고속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새 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SK하이닉스의 HBM3 샘플에 대한 성능평가를 마치고 3분기(7∼9월) 출시 예정인 신제품에 HBM3를 결합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가속컴퓨팅 등 AI 기반 첨단기술 분야에 이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가속컴퓨팅은 데이터를 병렬 처리해 속도를 개선한 컴퓨팅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일정에 맞춰 HBM3 생산량을 늘려가기로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프리미엄 D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개방형 협업을 통해 고객의 필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