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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한 달 스리랑카 패닉… 위기 전염 막을 방파제 쌓고 있나

부도 한 달 스리랑카 패닉… 위기 전염 막을 방파제 쌓고 있나

Posted June. 20, 2022 07:39   

Updated June. 20, 20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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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던 스리랑카는 지난달 19일 국가부도 선언 이후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최대도시인 콜롬보의 택시기사들은 지금 주유소에서 3일 동안 줄을 서도 휘발유한 통 사기 어렵고, 저소득층 가구는 한 끼를 두 끼로 나눠 먹어야 할 판이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들은 외국으로 나가려고 이민 관청 앞에서 날을 새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기름할당제 등으로 난국을 돌파하려 하지만 백약이 무효가 된 지 오래다.

 동아일보가 국가부도 한달을 맞아 찾은 스리랑카는 보유외환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져 있었다. 국가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전쟁으로 유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와 기업, 가계가 버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스리랑카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이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가 몰아치면서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스리랑카 국가부도를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비슷한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눈 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걸맞은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는 각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산업 간 연결고리가 없어도 돈의 이동에 따라 급속도로 전염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로 멕시코에서 시작된 국가부도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태국과 필리핀을 거쳐 한국까지 연쇄 위험에 빠뜨렸다. 미국 금리인상, 달러 강세, 신흥국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위기의 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판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하다고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물가와 성장대책 사이에서 우와좌왕하는 동안 기업의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규제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둔화하는 가운데 경직적 노사관계로 노동생산성은 세계 63개국 중 51위에 머물고 있다. 긴축 드라이브를 시작한 미국이 세계의 돈을 급격히 빨아들이면 기초체력이 약한 나라부터 줄줄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스리랑카발 도미노 부도’ 우려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