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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허준이, 중학생때 체스퍼즐 풀며 수학 학문 경험”

NYT “허준이, 중학생때 체스퍼즐 풀며 수학 학문 경험”

Posted July. 07, 2022 08:07   

Updated July. 07, 202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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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어수룩한 편이었어요. 유치원 때 글쓰기 참관수업을 갔는데 이름만 쓰고 멀뚱멀뚱 있는 거예요. ‘허준이’의 ‘이’를 ‘ㅣ, ㅇ’로 쓰기도 하고.”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 교수의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6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어릴 적 허준이 교수를 “제가 좀 답답해했다”며 이같이 회상했다.

●“창의성 조성하려고 해…수학교육 직접 해봤는데 못 쫓아와”

 허명회 교수는 어린시절 허준이 교수를 교육하면서 때로는 부모의 욕심에 못미치는 자녀의 모습에 답답함도 느꼈지만, 최대한 아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자유로움이 허준이 교수의 강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아들은) 놀이를 하면 그것을 변형하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습관이 있었고, 저도 그런 것을 많이 조성하려 했다”면서 “윷놀이나 사다리타기 놀이를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버섯을 수집하고 촬영해서 분류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허준이 교수가 시와 글쓰기에 빠져 지냈던 중학생 시절에 대해서는 “시를 잘 쓰고 소설도 썼다”며 “글을 보여주면 아내의 전공분야이니 만큼 함께 보며 칭찬도 하고 비판도 했다”고 밝혔다. 허준이 교수의 어머니는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다.

 어린시절 직접 수학을 가르친 일화를 소개하면서는 “중학교 때 수학교육을 시킨 적이 있다. 저도 수학전공자이니 만큼 요새로 치면 올림피아드반 정도의 기준을 갖고 한 때는 말하자면 아들에게 욕심을 냈었다”라며 “허준이가 좀 못 쫓아온 건지 그런 것에 대한 심리적인 반발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 아들이 쓰는 글을 보면 아버지한테는 수학적으로 잘한다는 인상을 줘야하는데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있다는 본인의 생각에 스트레스를 좀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회상했다.

●“선행학습·사교육 시키지 말고 자유롭게 놔줘야”

 허명회 교수는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 자녀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성과 함께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조언도 했다. 획일적이고 승자독식 구조가 아닌 유연하고 협동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허준이 교수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했을 당시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50분·10분을 한 10번쯤 반복하는 것이잖아요. 그것이 가혹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준이는 그런 것을 진득하게 참아내지는 못하는 경우였다”며 “자퇴라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집에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선행 학습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교육도 저는 사교육에 반대한다”며 “아이에게 여건을 조성해주고 상당히 자유롭게 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이렇게 한다더라’는 참고 할 수 있는데, 참고해서 그렇게 안하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는 다양성이 인간의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선 “어느 한 사람 최상위 한명이 빛을 보고 나머지는 전부 패자를 만들어버리는 경쟁적 승자를 지향하는 교육패러다임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것도 반대하고 인문적 소양이 수리적인 작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