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허준이 “구불구불했지만 가장 빠른 길이었다”

허준이 “구불구불했지만 가장 빠른 길이었다”

Posted July. 11, 2022 13:58   

Updated July. 11, 2022 15:38

中文

 8일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 남방, 반바지에 배낭을 멘 허 교수가 걸어 나오자 큰 꽃다발을 든 아들 허단 군(7)이 허 교수 품에 안겼다. 허 교수는 미래를 고민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많은 10대, 20대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며 “지금 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까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허 교수는 과학고 입학 등 수학 영재의 길을 걷지 않았다. 일반고를 다니다 중퇴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서도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뒤늦게 전공을 수학으로 바꾼 허 교수는 세계적인 수학자가 돼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한국계 최초로 받는 영광을 안았다.

 허 교수는 “(한국의 10대, 20대들도)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가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진득하게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하는 게 흔히들 강조돼 왔다. 그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부를 드리면 가끔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기해야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판단하는 게 직관인데, 개인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 본인뿐 아니라 인류가 아직 이해 안 된 문제들이 있으니까. 문제를 붙잡고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밌는 그런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어요.”

 허 교수는 자신의 수상에 대해 “우리나라가 문화, 경제적으로 발전한 만큼 학문적으로도 발전을 따라가는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교수는 여름 동안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13일엔 고등과학원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한번 놀러가기로 했다”며 “그거 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