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합주실 ‘애비로드’에선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자!”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A Hard Day's Night’로 시작된 합주는 비틀스가 완전체로 선보인 마지막 라이브 공연 ‘루프톱 콘서트’의 연주곡으로 유명한 ‘Don't Let Me Down’, 조지 해리슨의 기타 리프(Riff·강렬한 멜로디 패턴)가 관객을 압도하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까지 휘몰아쳤다.
합주실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은 비틀스 트리뷰트(헌정) 밴드 ‘디 애플스’. 멤버는 폴 매카트니 역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표진인(55)과 존 레넌 역의 수학 강사 이종민(49), 조지 해리슨 역의 의료기기 연구원 이두희(39), 링고 스타 역의 드러머 박서주(43)다. 이들은 비틀스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10년간 활동해 왔다.
애플스가 다음 달 24일부터 30일까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International Beatleweek 2022’(비틀위크) 무대에 오른다. 40년 역사의 비틀위크에는 세계 2만여 명의 비틀스 팬뿐만 아니라 폴 매카트니의 남동생 마이크 매카트니 등 비틀스 가족도 방문한다. 디 애플스는 비틀위크에 초청받은 60여 개 밴드 중 유일한 한국 밴드다.
“캐번클럽(비틀스가 데뷔한 클럽) 무대에 서는 것이 중학생 때부터 버킷리스트였다.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캐번클럽에 저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과 무대 영상들을 보냈고, 클럽에서 제안을 수락했다.”(이두희)
애플스가 비틀위크에 초청된 건 2019년 열린 비틀스 루프톱 콘서트 50주년 기념 공연의 공이 크다. 국내 한 방송사가 방송국 건물 옥상에서 기념 공연을 열었는데 애플스가 초청받은 것. 폴 매카트니의 덥수룩한 수염, 존 레넌의 황토색 털 코트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을 계기로 PD님이 옥상 공연에 저희를 초청했고, 옥상 공연 영상으로 비틀위크까지 가게 됐다. 비틀위크는 또 어떤 우연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박서주)
애플스는 나흘 동안 8차례 무대에 선다. 러닝타임은 45분. 40분짜리 공연을 두 번 연이어 한 적도 있지만 4일간 연달아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스에 캐번클럽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비틀스 후기에는 오케스트라 협연 곡이 많다. 언젠가는 40∼50명의 오케스트라와 제대로 ‘A day in the life’ 같은 엄청난 곡들을 연주하고 싶다.”(표진인)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