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풀타임’은 잠 든 쥘리(로르 칼라미)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언제라도 일어날 것처럼 잠은 얕고 숨소리는 힘겹다.
쥘리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다. 이혼한 전 남편은 연락두절에 양육비도 주지 않는다. 은행에선 대출금 상환이 밀렸다며 독촉 전화가 온다. 육아는 온전히 쥘리의 몫이다. 두 아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쥘리는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겨놓고 파리의 한 호텔로 쫓기듯 출근해 하우스키퍼로 일하며 숨 가쁜 하루를 보낸다.
홀로 겨우 지탱해온 그의 일상은 대규모 교통 파업으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대중교통이 끊기면서 쥘리는 차를 얻어 타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지각을 반복한다. 결국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교통편이 없어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베이비시터는 쥘리에게 화를 내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출산 전 유통 등 시장 조사 업무를 했던 쥘리는 이 분야 회사에서 면접 볼 기회가 생기지만 누구도 그와 근무를 바꿔주지 않는다. 꿈을 되찾을 기회가 날아갈 판이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교통 파업과 직장 면접이라는 변수가 생기며 힘겨움을 넘어 공포가 돼버린 쥘리의 일상을 빠른 편집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활용해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관객은 쥘리의 상황에 몰입하며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오리촌티(새로운 시선) 부문 감독상을 받았다. 한 여성의 일상을 스릴러처럼 담아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 로르 칼라미는 모두에게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버텨내는 쥘리의 모습을 절제력 있게 표현하며 공감을 끌어낸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거나 화를 내고 싶지만 꾹꾹 눌러내는 칼라미의 눈빛과 표정을 보면 그가 지난해 영화제 같은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18일 개봉.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