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대 김모 씨는 이달 중순 미국 뉴욕으로 아파트 현장조사를 떠난다. 뉴욕 맨해튼의 62m²(약 19평) 규모 방 하나짜리 아파트(콘도)를 직접 보고 현지 분위기도 살펴보기 위해 출국하는 것.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3억 원 후반대. 서울 성동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3억6700만 원·한국부동산원 6월 가격 기준)과 엇비슷하다. 뉴욕 아파트 월세는 약 58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김 씨는 “서울에서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기보다 미국 콘도를 사는 게 세금이나 수익률 등에서 훨씬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 서울에 사는 50대 이모 씨는 지난달 자녀와 함께 뉴욕을 다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대학 학기가 9월부터 재개돼 인근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녀 두 명이 거주할 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가 알아본 집은 미국 브루클린 지역의 거실 하나, 방 하나짜리 69.4m²(약 21평) 콘도. 시세 14억 원인 이 콘도 월세는 2년 전 300만 원에서 최근 6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 씨는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 값과 큰 차이가 없어 차라리 매입해서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임대수익을 거둘 생각”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끊겼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4∼5년간 뜨거웠던 국내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자산가는 물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규제가 덜하고 시장 수요가 탄탄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인기다. 뉴욕 같은 대도시는 최근 부동산 수요가 커지고 임대료도 급등세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도시를 떠났던 근로자와 학생들이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점에 맞춰 돌아온 데에 따른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향한 관심도 크다. 40대 박모 씨는 서울 강남 지역 꼬마빌딩을 매입하려던 계획을 바꿔 뉴욕 상가 건물 투자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280억 원에 매물로 나온 뉴욕 소호 2층 건물 매입을 고민하는 사이 현지인이 해당 건물을 사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후 이런 생각이 더 커졌다. 건물 유지 관리 비용은 세입자나 입주 상인이 부담하는 점도 장점이었다. 박 씨는 “소호 지역 상가 건물은 연 임대료가 20억 원 이상이라 수익률이 6%대”라며 “수익률이 1∼2%대인 강남의 꼬마빌딩 투자보다 낫다”고 전했다.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 세미나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뉴욕의 부동산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미국의 부동산 중개법인 관계자는 3주였던 체류 일정을 다음 달 초까지 연장했다. 국내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물론 증권사들로부터도 세미나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부동산 플랫폼 코리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객들에게 미국 부동산 투자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문태영 코리니 대표는 “미국은 주택 취득세와 다주택 보유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아예 없는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덜해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더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부동산팀장은 “미국은 70%에 육박하는 주택 임대 비율이 부동산 가격을 받치고 있지만 거품 우려도 없진 않다”며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때보다 빠른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