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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연구 김숙영 UCLA교수 인터뷰

Posted August. 23, 2022 07:41   

Updated August. 23, 20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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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Z세대(1996∼2012년 출생)에게 K팝 성공기는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김숙영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학과 교수(사진)는 “미국 어린 세대에게 K팝 가수는 약자의 성공을 응원하는 ‘언더도그 효과’와 더불어 노력 끝에 꿈을 이루는 희망의 상징이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UCLA에서 K팝을 연구하는 김 교수는 미국 Z세대가 특히 한국 음악과 영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Z세대의 경험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Z세대는 어린 시절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불안한 국제 정세와 경제적 양극화를 체험하며 자랐다”며 “‘열심히 일하면 집과 차를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잃어버린 세대로 공정성,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세대”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2017년 미국 문화계에서 터져 나온 ‘미투’, 2020년 ‘블랙라이브매터(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은 미국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이때 마침 BTS가 등장하며 ‘선한 영향력’이 미국 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은 다른 주요 선진국과 달리 다른 나라를 지배한 제국주의 경험이 없다. Z세대에게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나쁜 과거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는 Z세대 제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올해 봄 학기부터 처음 연극학과 학부에 ‘K팝의 세계화’라는 과목을 개설했더니 20명 정원의 소규모 강의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도 K팝 인기에 놀라 내년부터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개방해 대형 강의로 만들기로 했다”며 “예전에는 아시아계 여성 미국인이 팬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은 주류 백인 남성들의 인지도와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음악뿐 아니라 한국 영화, 드라마까지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섬세한 미 Z세대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Z세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계급의식에 눈을 뜬 세대”라며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가 계급 문제를 건드리는 동시에 이를 아기자기한 디자인, 아기자기한 콘텐츠로 전달해 Z세대의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까지 K컬처의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어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일부 가수들의 흑인 문화 비하 논란 등을 들며 “이제 K컬처가 주류가 된 만큼 우리도 ‘문화적 감수성’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