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고통 있어도 긴축”… 韓에도 쓰지만 피할 수 없는 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 “얼마간 고통이 있겠지만 물가안정에 실패하면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례 국제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45차례나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그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연준 의장의 인플레 억제 성공은 15년간 물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실패한 뒤에야 나온 것”이라며 “지금은 멈추거나 미룰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의 발언은 조만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미국 경제계의 기대와 달랐다. 발언 직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이상 급락했고, 가상화폐 값도 하락했다. 이번 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자산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파월 의장은 “(현재 8%대인) 물가가 2% 목표에 근접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며 다음달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사실상 예고했다. 현재 2.25∼2.50%인 금리가 연내에 최고 4%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 4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지만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을 밟는 데 그쳤다. 연내 같은 폭으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려도 연말 기준금리는 3%에 그쳐 미국과 금리가 1%포인트 역전된다. 이창용 총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한국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하지만 해외 자본의 이탈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파에서 한국이 빠져나갈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극심한 가뭄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올해 중국 성장률이 5.5% 목표의 절반 수준인 2.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곧바로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입 원자재 가격부담까지 커지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고통이 있어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미 연준의 의지가 분명해진 만큼 우리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인플레 압력을 높일 재정지출을 억제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규제혁신 등 구조개혁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은 역시 성급한 낙관론에 빠져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