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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월급 30% 떼 가는 연금, 국민이 원하는 미래 아니다

손주 월급 30% 떼 가는 연금, 국민이 원하는 미래 아니다

Posted September. 28, 2022 07:36   

Updated September. 28, 20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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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꼽아 추진의지를 밝혔던 연금개혁이 겉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이고, 정부 개혁안은 내년 10월에나 제출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은 제쳐두고 기초연금 인상을 밀어붙이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세대 갈등을 뛰어넘을 연금개혁 방안을 모색한 동아일보 ‘국민연금, 공존을 향해’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지부진한 정부, 정치권의 논의와 달리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커지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은 더욱 악화되면서 2057년으로 예정됐던 고갈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지적하면서 보험료율, 의무가입 연령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총파업에 막혀 한 차례 물러섰던 연금개혁을 다시 추진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금개혁에 정치권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바꿔도 손해를 보는 세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높이면 청년층이,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면 은퇴를 앞둔 중년층이, 지급액을 줄이면 고령층이 각각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개혁에 손을 댔던 역대 정부들이 슬그머니 발을 뺀 건 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봐서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 물려질 과도한 부담에 대한 국민은 걱정은 커지고 있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35세가 됐을 때에는 번 돈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연금제도가 유지된다. 세금, 건강보험료를 합하면 부담은 소득의 절반이 넘을 수 있다. 본보 조사에서 “손주들도 받게 연금을 3년 늦게 받자”는 제안에 고령층 과반이, “아이들, 청년을 위해 보험료를 10만 원 더 내자”는 제안에는 2030세대 절반 이상이 찬성한 건 이런 지나친 부담을 후세에 물려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모든 세대가 조금씩 양보하는 합리적 개혁안을 만들고,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친다면 세대 타협을 통한 연금개혁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 앞서 연금제도의 벽에 부딪친 스웨덴 일본 등 선진국들도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와 국회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통합과 연대를 원하는 국민 속마음을 헤아려 연금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