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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에 늘 공포, 음악으로 이겨내”

“이스라엘 공습에 늘 공포, 음악으로 이겨내”

Posted October. 04, 2022 07:51   

Updated October. 04, 20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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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도 팔레스타인에선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시민 네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 중엔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포의 도시’에 살고 있어요. 공포에 붙들리고 싶지 않아 음악을 하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여성 래퍼이자 힙합 뮤지션인 마키마쿡(본명 마즈달 니짐·34)이 처음 한국에 왔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그는 “첫 한국 공연에 무척 설레지만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은 초긴장 상태”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프로답게 1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팔레스타인에서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하는 여성 뮤지션은 매우 드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보니 쉽지 않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기죽지 않고 길거리나 식당, 클럽에서 공연을 이어왔어요.”

 마키마쿡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세계적인 음악·공연 플랫폼인 ‘보일러룸’이 팔레스타인의 젊은 뮤지션들을 조명했고, 여기에 그도 포함됐다. 마키마쿡은 팔레스타인 임시행정수도 라말라에 주로 머물러 그나마 안전한 편이지만, 음악엔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의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인은 입출국이 자유롭지 않아 해외 공연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해외에 우리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죠. 팔레스타인 음악은 독특한 정체성이 있어요. 웬만한 건 다 금기다 보니 직설적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게 많아요. 때문에 가사는 중의적이거나 은유적인 게 많죠. 그게 ‘라말라 힙합’의 매력이 됐어요.”

 마키마쿡은 20대 초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한에 기대가 컸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 쭉 한국에 흥미를 가졌다. 일주일간 가고 싶은 곳도 정리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출국을 제한할까 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올 수 있어 다행이다”며 웃었다.

 “제 꿈은 ‘국경 없는 세상’이에요. 부모님 세대만 해도 요르단과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했어요. 지금은 상상에서만 가능한 얘기죠. 내전과 갈등이 끊이지 않으니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요. 지구상 모든 나라의 국경이 사라지고 모든 곳에서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제 음악이 사람들의 장벽을 허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