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7일(현지 시간) 발표하는 중국에 대한 고강도 신규 반도체 수출 규제는 인공지능(AI)과 첨단무기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중국 이동통신업체 화웨이 등에 적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기반으로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등의 기준을 넘어서는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판매하려는 외국 기업은 별도로 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이 빠르게 추격 중인 낸드플래시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포함돼 바이든 행정부 수출 통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규제는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겨냥했다. 현재 YMTC와 CXMT가 생산하는 128단 낸드플래시 반도체와 19nm D램 반도체 이상의 기술 개발을 원천 차단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겠다는 것. 미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융단폭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이 같은 수출 규제에 예외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수출 규제 예외 적용을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업계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치게 되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인 만큼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반도체 장비를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삼성은 낸드플래시의 40%가량을, SK하이닉스는 D램의 약 50%를 생산 중이다. 각각 2014년, 2006년 준공된 시안 삼성전자 낸드 공장과 우시 SK하이닉스 D램 공장은 최근까지 설비 증설 및 노후 장비 교체 등 추가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몇 년 뒤 반도체 성능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더라도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 중국 공장의 시설 확장을 예외로 적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반도체 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반도체 수요가 억제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 수익이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특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