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허윤희 작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목탄 벽화, 우리 삶과 같아”

허윤희 작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목탄 벽화, 우리 삶과 같아”

Posted October. 17, 2022 07:33   

Updated October. 17, 2022 07:33

中文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 벽화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영원하지 않은 우리 삶과 같다. 현재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허윤희 작가(54)는 30여 년간 목탄으로 그림 작업을 해왔다. 그는 목탄을 긴 나무 막대기에 묶어 벽면에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왜 사라지는 그림 작업을 이어 나갈까.

 서울 마포구 갤러리 A.P.23에서 2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9 리터의 먼지와 오두막’을 보면 작가의 예술관이 명확히 이해된다.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짚는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회화, 드로잉 등 총 27점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초입에는 그를 대표하는 목탄 회화와 벽화 영상이 있다. 5개 퍼포먼스를 묶은 영상을 따라 안쪽으로 가면 조금 다른 작업들이 눈에 띈다. ‘관(棺)집’(2001년)은 작가가 프랑스 남서부 시골에서 두 달 동안 자갈과 통나무로 만든 집을 담은 사진 작품이다. 집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가는 관 크기 정도로 비좁다. 허 작가는 “삶을 하루 단위로 쪼개 생각하다 나온 작품”이라며 “저녁에는 관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고 아침에는 새 생명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생태주의 미술가’로도 불리는 그는 “단지 자연을 좋아하는 작가”라며 웃었지만 그 지향점은 초기작부터 엿보인다. 출품작 중 가장 오래된 ‘윤희 일기’(1996년). 1995년 독일 유학 시절, 그는 헌책방에서 구한 책 ‘NOA NOA’(1901년)의 각 페이지에 외로움을 달래려 그림일기를 그렸다. 책 모퉁이에 ‘피처럼 붉은 해가 움직인다. 젊음과 힘을 품고서 작열한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음을 미리 안다. 달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연은 우리에게 생성, 소멸, 순환을 가르쳐 준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야말로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