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금대란’에 기업 투자도 찬바람, ‘경제 안전판’이 안 보인다

‘자금대란’에 기업 투자도 찬바람, ‘경제 안전판’이 안 보인다

Posted October. 27, 2022 07:47   

Updated October. 27, 2022 07:47

中文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자금 시장에서 돈줄이 마르는 현상까지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SK하이닉스는 당초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됐던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라고 했다. 앞서 현대차와 현대오일뱅크, 한화솔루션 등도 예정됐던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축소, 보류할 방침을 밝혔다.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는 기업들의 투자 행보를 줄줄이 멈춰 세우고 있다. 어제 발표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0.3%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잠정 수치로만 30% 넘게 감소했고, LG디스플이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된다. 반도체 한파, 환율 상승에 미중 충돌 같은 지정학적 악재까지 겹쳐 있어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미래 투자는커녕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추진 과정에서 조달했던 자금을 갚기에도 바쁘다.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비용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530조 원으로 역대 최대다. 급속히 말라붙는 자금시장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로 돈줄이 마르면서 최근에는 트리플A 등급의 우량기업들조차 채권 발행에 실패했다. 이대로라면 우량 기업들도 ‘흑자 도산’을 피하기 어렵다.

 높아지는 대외경제 리스크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중고 속에서도 그나마 버텨온 것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다. 경제 거시지표가 악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조하다”며 위기설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펀더멘털을 받쳐온 대표 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민간기업들의 상황 앞에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부랴부랴 발표한 5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만으로 꽉 막힌 자금줄을 틔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다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는 시점에 마냥 돈을 더 풀기도 어려운 만큼 선별 지원으로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에 엮여 건실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옥석 가리기 및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