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가 이란 경찰에 체포된 뒤 돌연 사망한 마사 아미니(22) 사망 40일을 맞아 1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추모객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자 이란 당국이 실탄을 발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 교외에 있는 아미니 묘지에 인파 약 1만 명이 몰려 이란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은 아미니가 사망한 지 40일째 되는 날로 이란에서는 보통 고인의 영혼이 사망 40일째 되는 날 잠시 돌아온다고 믿고 이날 추모 행사를 연다.
이날 아미니 묘에 몰린 추모객들은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인파뿐 아니라 이들이 타고 온 차량과 오토바이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당국이 아미니 가족들에게 40일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아미니 가족들이 굴하지 않고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추모객을 향해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노르웨이 기반의 인권단체 헹가우는 보안군의 발포로 이날 사케즈 지역 전역에서 약 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마샤드 등지에서도 아미니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테헤란에서는 도시 중심 그랜드 바자르(전통 시장)를 중심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 반정부 구호를 외쳤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지지를 표시했다.
같은 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란 시라즈 지역 이슬람 시아파 성지에 총기 테러를 일으켜 15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테러범을 체포했으며 그를 ‘타크피리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이는 이란 당국이 이슬람 수니파 강경 무장세력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시라즈 성지 테러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역시 테러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강성휘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