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해상연합훈련에 참가했다가 복귀하던 해군 잠수함 ‘한라함’이 괌 근해에서 정체 모를 어뢰에 피격된 뒤 실종된다.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부함장 강도영 중령(김래원)은 승조원 절반을 이끌고 생환한다. 도영은 하루아침에 국민영웅이 된다. 하지만 도영은 뭔가 불안해 보인다.
도영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한라함 생존 장병 집과 놀이터 등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것. 의문의 목소리는 축구 경기장과 워터파크에도 폭탄을 설치했다고 한다. 폭탄은 단순 시한폭탄이 아니라 소음에 반응하도록 설계돼 소음이 커질 때마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씩 줄어든다. 관중 함성, 워터파크 호루라기 소리 등 모든 소음이 기폭제 역할을 한다. 흔해빠진 일상 소음이 순식간에 치명적인 무기가 된 것. 폭탄의 특성과 설치 여부를 혼자만 아는 도영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음이 커질 때마다 ‘삐빅’ 하며 시간이 마구 줄어드는 폭탄을 보면 관객도 숨죽이게 된다. ‘사운드 테러 액션’을 표방한 영화답게 각종 소음과 폭발음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의문의 목소리 주인공은 한라함 무장관으로 근무하다 생환한 대위 태성(이종석). 태성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상관이던 도영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연출력은 수준급이다.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듯한 김래원의 묵직하면서도 초조함이 묻어나는 연기와 과도하게 비장해질 여지가 많은 역할을 냉철하게 소화한 이종석의 연기는 사실감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다. 잠수함 내부를 현장감 넘치게 구현했고, 어뢰 발사 장면이나 어뢰를 피하기 위해 잠수함이 고속 기동하는 장면 등 수중 상황을 실제 작전처럼 실감나게 연출한 점도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각종 일상 소음과 폭발음으로 귓전을 때린 뒤 순식간의 음소거로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등 소음과 고요함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황인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10분 내내 늘어짐이 없도록 꼼꼼히 채우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일부 설정이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을 연상케 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남긴 점은 아쉽다. 후반부 과도한 슬로 모션 활용도 다소 눈에 걸린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과 신선한 소재,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이 이를 대부분 상쇄하는 만큼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16일 개봉.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