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美 ‘물가 정점론’…韓 아직 긴장 풀 때 아니다

美 ‘물가 정점론’…韓 아직 긴장 풀 때 아니다

Posted November. 12, 2022 07:11   

Updated November. 12, 2022 07:11

中文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7.7%로 떨어졌다.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4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과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코스피, 코스닥 역시 3% 넘게 올랐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8원으로 60원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에서 발표된 숫자 하나에 세계 경제가 갑자기 핑크빛 무드에 휩싸였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긴 쉽지 않다. 지난주 콜린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달 금리 인상폭을 줄일 뜻을 내비치면서도 더 오래, 더 높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다. 현재 4%인 미국 금리가 내년에 6%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린 우크라이나 전쟁도 겨울을 넘길 전망이다. 최근에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져 ‘코인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제 문턱에 들어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훨씬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3.2%의 높은 물가와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는 1.8% 성장을 예상했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첫해를 제외하면 전례 없이 낮은 성장률이다.

 게다가 춘천 레고랜드 사태, 한국전력의 막대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대기업들마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높은 금리를 주고도 단기 자금밖에 조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건설업체들은 줄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금리가 7%를 넘으면서 무리해 집을 산 가계의 파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마저 수출이 29개월 만에 감소하는 등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10월 물가 정점론’을 주장해온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물가상승률 하락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의 물가가 9월보다 더 높아지는 등 물가가 잡혔다는 신호는 없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 때문에 내년에는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높여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유가 역시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은 섣불리 긴장을 늦추지 말고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