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선배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합니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김지하 시인(1941∼2022·사진)의 벗들이 엮은 추모문집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모시는사람들) 출간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20일 열렸다. 이날 간담회엔 유 전 청장을 비롯해 이부영 전 국회의원,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임진택 연극연출가 등 시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참석했다.
추모문집은 고인의 49재 추모문화제에서 벗들이 낭독한 추모문과 이후 발표된 시인과 관련된 글을 모았다.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하거나 고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고인이 나온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미학과 후배인 유 전 청장은 “지하 선배는 우리나라에 문화운동을 심은 1세대이자 생명운동의 대가”라며 “MZ세대는 물론이고 40, 50대인 X세대조차 고인의 참모습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게 맞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한 일간지에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 칼럼을 기고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묻고 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고인이 말년에 어깃장을 부려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모두 그가 치열하게 산 결과물”이라고 했다. 송 이사장은 “한때 그가 미워서 찾지 않은 적도 있지만 이제 다 잊으려 한다”며 “고인이 저승에서 허허 웃기를 바란다”고 했다.
추모문집 발간에 참여한 이들은 내년 5월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추모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고인의 시와 생명사상에 대한 연구를 다룰 계획이다. 임 연출가는 “저항에서 생명에 이르는 김지하의 문학세계 전반을 정리하려 한다”고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