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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륵한 말본새

Posted December. 23, 2022 07:53   

Updated December. 23, 20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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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동파가 친구 집 가기(歌妓)에게 노래 한 곡을 선사한다. 무슨 연유일까. 당파 싸움으로 동파가 남쪽 지방으로 밀려날 때 그의 정치적 동지 수십 명도 각지로 좌천되었다. 친구 왕정국 역시 그중 하나로 대륙의 최남단 광시(廣西)성으로 쫓겨났고 3년여 만에야 조정으로 복귀했다. 원래 그 집안에는 가기가 여럿 있었지만 이 좌천 길을 따라나선 여인은 우낭(寓娘)이 유일했다. 후일 친구와 재회한 자리에서 동파는 의리를 지킨 우낭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새삼 돋보인다. 그 소리는 남녘의 찌는 듯한 바다에 눈발이 녹아들 듯 청량감을 안겨주고, 웃음 속에는 영남 땅 매화향이 배어 있는 듯 상큼하다.

 풍토병이 나도는 오지에서의 고생담이나 듣겠거니 생각하고 시인이 ‘영남 땅 살기가 어렵지 않았는가’ 슬쩍 물었는데, ‘제 마음 편한 곳이 바로 제 고향이지요’란 의외의 대답. 이 누긋하고 갸륵한 말본새에 시인은 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풍파’는 송사(宋詞)의 곡조 이름으로 내용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