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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최장 지각처리에도 제몫 챙기기 바빴던 여야 실세들

예산 최장 지각처리에도 제몫 챙기기 바빴던 여야 실세들

Posted December. 26, 2022 07:49   

Updated December. 26, 20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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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24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상당액 반영되거나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간 유례없는 힘겨루기 속에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처리’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면서도 주요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제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힘깨나 쓴다는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축 재정’을 내세우던 국민의힘에선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은 물론 ‘윤핵관’이라 불리는 대통령 측근들까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정부안보다 대폭 증액하거나 정부안에 없던 사업을 신설해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실세들도 이에 못지않았다.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부대표, 국회 예결위원장과 간사가 신규 또는 증액으로 지역 예산을 두둑하게 따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직후 ‘서민과 사회적 약자, 미래세대를 위한 민생예산’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법정시한과 정기국회 종료는 물론 국회의장이 제시한 두 차례 시한마저 넘기면서 여야는 이른바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다툰 결과였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실세 의원들은 오로지 다음 총선을 위한 지역구 예산 확보에 목맸다. 과연 여야를 대표한다는 이들이 ‘국회’라는 글자가 선명한 의원 배지를 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주먹구구식 예산 나눠먹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속기록조차 없이 극소수만 참여하는 깜깜이 담판에서 민원성 쪽지 예산과 여야 간 짬짜미 예산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배정된 예산 중에는 사업 기본설계나 총사업비 예측조차 없어 결국엔 다시 회수되고 마는 이른바 ‘현수막 예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예산심사 구태는 심각한 국가자원 배분의 왜곡과 국민혈세의 낭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

 예산안 처리 이후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 사업에 엄청난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자료를 쏟아내기 바쁘다. 여야 정당은 앞으로 각 지역을 돌며 “예산폭탄을 쏟아부었다”고 선전할 것이고, 의원들도 저마다 의정보고서에 대문짝만하게 ‘자랑거리’라고 내세울 것이다. 안타까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행정부의 재정지출 통제라는 국회 본연의 예산심사를 벗어난 전횡을 방지할 시민사회나 국회 차원의 감독기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