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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상공 무인기 쳐다만 보더니 이젠 새떼에 비상 건 軍

용산 상공 무인기 쳐다만 보더니 이젠 새떼에 비상 건 軍

Posted December. 28, 2022 07:41   

Updated December. 28, 20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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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우리 영공에 침입했던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 시스템을 뚫고 수도권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도 모자라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 인근까지 접근해 정보 수집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군은 육안으로도 식별되는 무인기 격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새떼를 무인기로 오인하는 등 잇따라 대응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방공 시스템을 뚫고 들어와 주요시설을 불법 정찰하려 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테러나 국지도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 위협적이다. 서울 한복판으로 침투한 무인기에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가 실려 있었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북한이 운용하는 무인기는 최대 1000대로 추산된다. 이를 활용해 향후 어떤 테러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보란 듯이 위반하며 무인기 5대를 한꺼번에 내려보낸 것은 혼란을 유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리 군의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적 도발이다. 북한은 올해 30여 차례 60 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지속했는데도 대가를 얻지 못한 초조함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내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필두로 한층 수위를 높인 연쇄 도발에 나서려 할 것이다. 김정은은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을 세울 것”이라며 대남 강대강 전략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군의 대응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공군은 아파치, 코브라 등 공격헬기를 비롯한 군용기 20대를 동원해 100발을 발사했지만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작전에 나선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천 석모도 일대의 새떼를 무인기로 오인하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동서 최전방지역에서 북한 무인기 활동이 급증함에 따라 김승겸 합참의장이 철저한 대비를 지시한 게 불과 열흘 전이다. 북측 움직임을 뻔히 보면서도 대응에 실패한 게 아닌가.

 청와대를 정찰하려던 북한 무인기가 적발된 게 2014년이다. 이후 8년 간 군이 어떤 준비 태세를 갖춰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도화, 정교화하는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발 초기 단계인 한국형 재머(전파방해장비)를 비롯한 대응 장비 강화가 시급하다. 소형 무인기의 탐지, 타격 자산을 비롯한 대응책의 허점들이 드러난 만큼 군은 이를 재점검해 방공 시스템의 구멍부터 메워야 할 것이다. 북한 무인기 침투는 물론 ICBM발사, 국지도발 등에 대응할 한미 연합 방위태세도 더 단단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