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으면서도 생각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다. 드론의 맹활약이다. 무인폭격기로 적을 공격하는 실험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중에 시행되었다. 폭탄을 탑재한 폭격기를 원격조종장치로 조종해서 목표물에 자폭시키는 방법이었다. 미사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V1, V2 로켓도 사실은 무인폭격기 개념에서 시작한 것인데, 미사일과 유도무기로 발전 방향이 바뀌었다.
드론이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은 소형화와 로봇 기술의 발달이다. 현재의 전투용 드론으로는 자폭 드론, 킬러 드론 같은 소형화된 드론들이 맹활약 중이지만 크기가 작아 화력과 이용에 제한이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 드론은 영화 ‘로보캅’에서나 보던 살인 병기로 발전할 수 있다. 다양한 무기를 탑재한 채, 인간의 원격조정이 아닌 독자적 판단 아래 공격과 방어에 나설 수 있는 전투 로봇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100%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기계가 오작동으로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그렇기 때문에 전투 로봇은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혁신적인 무기 체제란 실은 끔찍한 무기 체제이다. 그래서 새롭고 무서운 무기 체제가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헛된 노력이다. 신무기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총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대포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필자도 무기와 살인 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기 개발을 억누른다고 해서 전쟁이 억눌러지지 않는다. 인류는 오랫동안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은 없다. 감상적인 대안은 현실도피일 뿐이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간의 야수성과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무기든 전술이든 감상을 배제한 채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