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13편 용간(用間)은 스파이 운용법, 나아가 첩보전의 방법을 다룬 글이다. 병서에 스파이 활용법이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전쟁사를 보아도 스파이를 운용하지 않고 명장이 되는 경우는 없다. 스파이를 운용한 기록이 잘 보이지 않는 명장도 있지만, 그건 스파이를 운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잘 사용해서 전혀 노출을 시키지 않은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다.
람세스 2세는 카데시 전투에서 가짜 투항병이 넘긴 정보에 속아 패망할 뻔했다. 소국 그리스가 페르시아 제국을 꺾은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서도 그리스 스파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폴레옹은 동시대의 어떤 경쟁자들보다도 첩보전의 명수였다.
첩보전의 관건은 첩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분석해서 진실을 찾아내는 데 있다. 노르망디 상륙을 준비하면서 연합군은 상륙 예상 지점으로 여러 지점에 대한 역정보를 흘렸다. 이때 중대한 실수를 할 뻔했는데, 노르망디라는 첩보는 철저히 단속을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독일 정보부에 진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연합군 측에서는,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던 독일 스파이에게 노르망디라는 첩보를 흘렸다. 독일도 그 스파이의 정체가 노출된 것을 알고 있었고, 영국이 흘리는 역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이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를 통해 상륙 지점이 노르망디라는 첩보가 들어오자 독일 정보부는 이를 속임수로 파악하고 노르망디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것이 연합군의 진짜 노림수였다. 연합군은 독일이 스파이의 정체를 영국이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첩보전은 첩보의 수집, 분석과 사실 판단, 기만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이 중 어느 하나가 부실해도 첩보전에서 승리할 수 없고, 한순간에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 조직은 철저하게 전문적이며, 정치와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정보 조직과 정치를 분리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하고, 최대한의 선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