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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낙마… ‘검사 일색’ 인사 시스템 문제다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낙마… ‘검사 일색’ 인사 시스템 문제다

Posted February. 27, 2023 07:42   

Updated February. 27, 20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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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물러났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정 변호사가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을 놓고 여론이 악화되자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 변호사의 임명을 취소한 것이다. 이례적인 인사 혼란 속에 3만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진 국수본부장 자리가 상당기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유명 자사고에 입학한 뒤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는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돼지 XX” “빨갱이 XX” 등 언어폭력을 가해 학폭위에 회부됐다.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다. 당시 검사였던 정 변호사는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하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아들이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학교 측이 전학 처분을 내리자 재심을 신청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결국 패소했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학 조치가 1년가량 늦어졌다. 정 변호사가 반성과 사과 대신 소송전을 벌이는 바람에 피해 학생이 더 오랫동안 고통 받은 결과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은 2018년에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 현 정부 인사절차에도 공직 예비후보자들에게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경찰청과 대통령실은 “자녀와 관련된 문제여서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인사검증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만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 변호사에 대한 검증을 했는지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김만배 씨의 변호에 참여한 전력도 있다. 지난해 초까지 대형 부패 사건의 핵심 인물을 변호한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서 경찰을 지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검증 과정에서 문제 삼지 삼았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인권감독관을 지내는 등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현재 대통령실의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 인사·검증라인은 모두 검찰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정 변호사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 변호사가 물러났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정 변호사를 부실 검증한 책임자들을 낱낱이 가려내 문책하고, 검찰 출신 일색인 인사·검증 라인을 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