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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유연화… 노동자 ‘일 할 선택권’ 더 넓혀야

주 52시간제 유연화… 노동자 ‘일 할 선택권’ 더 넓혀야

Posted March. 07, 2023 07:49   

Updated March. 07, 20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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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을 때 한 주에 69시간까지 일하고, 일이 적을 때에는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어제 정부가 입법예고했다.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의 인력 운용을 쉽게 하고,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70년 전인 1953년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의 기본 틀을 바꾸는 큰 변화다. 정부는 이 개정안을 6월 이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시간 계산단위를 1주(週)에서 월·분기·반년·연으로 다양화해 노사가 합의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 한 주만 52시간이 넘어도 불법이지만, 월·분기 등 합의한 기간에 일한 시간이 평균 52시간이면 문제가 없도록 했다. 근무일 사이 휴식 11시간을 포함할 경우 최장 주 69시간, 11시간 휴식을 제외할 경우 64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추가되는 연장근무 시간은 1.5배의 휴식시간으로 저축해 뒀다가 사용할 수도 있다. 주당 24시간 연장근무를 4차례 한 근로자는 8시간 근무일 기준 18일의 장기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여부도 노사가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당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 정해놓은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계산단위가 1개월∼1년 인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적이다. 일본은 연장 근로시간을 월 100시간, 연 720시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독일과 영국은 계산 단위가 각각 6개월과 17주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 때문에 제품 개발 막바지에 일감이 집중되는 한국의 벤처기업과 기업 연구소, 계절성이 강한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소기업에선 1.5배의 임금을 받는 연장근로 시간이 축소돼 소득이 감소한 노동자들이 “정부가 왜 더 일할 자유를 막느냐”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장 시대’에 만들어진 획일화된 근로시간은 한국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아 선진국 기업과 경쟁을 어렵게 만든다.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진전, 프리랜서 형태의 ‘긱 노동’ 확산 등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유연화는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과감한 제도개혁으로 일할 시간과 조건을 선택할 노동자의 권리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