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King·왕).’
이강인(22)의 소속팀 마요르카 공식 소셜미디어는 이강인 사진과 함께 이 단어를 적었다. 이강인은 24일 헤타페와의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안방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동점골과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리그 4, 5호 골이다. 2018∼2019시즌 라리가에 데뷔해 103경기를 소화한 이강인은 이날 처음으로 리그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축구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강인은 라리가 경기에서 두 골 이상을 기록한 첫 한국 선수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 9개(5골 4도움)를 기록하며 자신의 첫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1개 남겨뒀다.
이강인은 이날 0-1로 뒤진 후반 11분 골키퍼가 쳐낸 공을 쇄도해 왼발로 밀어 넣었다.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는 마요르카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헤타페 골문 앞까지 몰고 가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상대 수비수 제네가 이강인을 쫓아갔지만 빠른 속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강인은 쐐기골 뒤 인중을 오른손 검지로 문지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강인은 “누나가 보라고 한 세리머니다. 항상 나한테 골을 넣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누나가 2명 있다.
이강인을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은 라리가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강인에게 ’승리의 설계자’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마요르카도 소셜미디어에 시즌 내내 팀 공격을 이끈 이강인을 두고 ‘왕’이라고 언급하며 극찬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경기 뒤 이강인을 향해 “자신의 최고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 선수만 언급하는 건 불공평하지만 이강인은 득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리그 2연승을 기록한 마요르카는 승점 40(11승 7무 12패)으로 10위로 올라섰다. 강등권(18∼20위)에 있는 18위 발렌시아(승점 30)와의 승점 차도 10으로 벌렸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강인은 위대한 주인공이었다. 마요르카의 모든 공격을 조율했고 헤타페 수비에 큰 골칫거리를 안겼다”며 “70m 이상을 달려 상대 골대에 도달해 골로 멋진 밤을 완성했다. 밤을 새운 한국인이라면 이강인이 보여준 쇼를 즐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활약에 그의 이적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애스턴 빌라가 이강인의 바이아웃(소속팀이 동의하지 않아도 팀을 옮길 수 있는 최소 이적료) 금액으로 알려진 1800만 유로(약 260억 원)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까지 나왔다. 마르카는 “이번 시즌이 마요르카에서의 마지막이 될지 누가 아는가”라고 전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