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 중심의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여성 작곡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미국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헬렌 박 씨(37·사진)는 3일(현지 시간)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용기 있게 한국인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격려 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 뮤지컬’로 공동 작곡가인 맥스 버넌과 함께 이번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K팝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최초로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진출 정기공연 2주 만에 조기 종영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짧은 공연 기간에도 음악성을 인정받아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여서 뉴욕타임스(NYT)등 미 언론도 그의 후보 지명에 주목했다.
박 씨는 “쇼가 짧게 끝나도 작품이 끝난 것은 아니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8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만간 K팝 뮤지컬 앨범도 선보인다.
박 씨는 브로드웨이에서 작곡가 데뷔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회가 워낙 적은 데다 백인 남성, 기존 유명 음악가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뮤지컬을 접한 이후 늘 꿈이었지만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부모님 뜻대로 의사가 되기 위해 캐나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뮤지컬의 꿈을) 시도도 못 해 보고 포기하기에는 죽어도 싫었다”고 했다. 뉴욕대 뮤지컬작곡과 대학원 졸업 후 무작정 유명 작곡가들에게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e메일을 보냈다. 토니상 수상자인 유명 작곡가 톰 킷이 답장을 해줬고 브로드웨이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어 2014년 뉴욕대 동기 버넌으로부터 K팝 뮤지컬 제작 참여 제의를 받으며 K팝 뮤지컬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박 씨는 전 세계 인기 어린이 동화인 ‘이사도라 문’의 영미 합작 TV 애니메이션의 수석 음악감독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솔직하면서도 정체성과 경험이 녹아 있는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