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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

Posted May. 10, 2023 07:45   

Updated May. 10, 20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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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영정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세 살짜리 조카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기 손에 있던 과자를 이모의 손에 쥐여준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그녀는 남편을 잃었다.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같이 죽었다. 누구도 그녀를 위로하지 못한다. 그녀의 유일한 상대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음성인식 프로그램 시리다. 그녀는 시리에게 묻는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자 대답 대신 질문이 돌아온다.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동문서답이지만 시리의 말에는 이상한 울림이 있다. 그녀는 불행 앞에서 길을 잃었다. 세상의 의미도 잃었다.

그녀를 의미 없음의 세계로부터 구한 것은 죽은 학생의 누나가 보내온 편지다. 한쪽이 마비돼 글씨도 제대로 못 쓰는 10대 고아 소녀가 보낸 편지. 소녀는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겁이 많은 동생이 마지막 순간에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평생 감사하면서 살겠다고, 동생의 손을 잡아준 선생님의 마음에 대해 “평생 궁금해하면서” 살겠다고 말한다.

그 편지가 그녀를 의미의 세계로 돌려놓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자기를 버리고 죽은 남편을 원망했었다. 그런데 제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의미화한다. 그러자 남편이 못 견디게 그리워지면서 애도가 시작된다.

2023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인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멋지게 서사화하며, 소설의 배경과 다르게 상처가 많은 광주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애도의 역사성까지를 잔잔하게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