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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국왕 흠뻑 빠진 K정원의 아름다움

Posted May. 24, 2023 07:53   

Updated May. 24, 20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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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해도 될까요?”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첼시 플라워쇼’에서 황지해 작가(47)가 함께 자신이 제작한 정원을 둘러본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물었다. 찰스 3세는 환하게 웃으며 따뜻한 포옹으로 화답했다. 찰스 3세 등에서 포개진 황 작가 두 손은 고된 작업으로 마디마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찰스 3세는 플라워쇼 개막일인 이날 경쟁 부문 작품 중 황 작가 정원을 가장 먼저 둘러봤다. 정원에 설치된 약초꾼 건조장에 앉아서는 황 작가와 대화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23일 황 경쟁 부문 1위를 수상했다.

정원 디자이너이자 환경 예술가인 황 작가는 투병 생활을 마친 2015년 작업을 본격 재개해 이번 플라워쇼에 지리산 약초를 모티브로 한 정원 ‘100만 년 전에서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를 출품했다. 가로 10m, 세로 20m 땅에 모데미풀 지리터리풀 남바람꽃 천삼 오미자 세뿔투구꽃 등 한국 약초를 3주 동안 심어 지리산 동남부 약초 군락을 재현했다. 개울 흐르는 산비탈을 표현하고자 지형에 높낮이를 두고 돌 200t 이상을 썼다. 약초꾼건조장을 본뜬 5m 높이 목조건물도 설치했다.

황 작가의 작품은 지속가능성 및 환경과의 공존을 강조한 이번 플라워쇼 메시지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플라워쇼를 주최한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황 작가 작품이 “토종 약초 1000종 이상이 자라는 지리산의 균형 잡인 생태계와 토종 식물 멸종을 막은 한국의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유력 일간 더타임스는 플라워쇼 경쟁 부문 리뷰에서 황 작가의 정원에 대해 “정원이라기보다 풍경처럼 보인다. 바위 개울 그리고 한국 토종 식물이 돋보인다”고 평론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황 작가는 2011, 2012년 연속으로 첼시 플라워쇼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동부 롱르소니에에 전남 순천만을 테마로 한 정원 ‘뻘: 순천만, 어머니의 손바느질’을 영구 보존하기도 했다. 이번 플라워쇼 출품작 제작비는 호반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