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폭우로 서울 관악·동작구 일대 반지하 주민 4명이 숨진 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제 반지하를 탈출한 주민들이 극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여름 기록적인 고온과 홍수가 예고된 상황에서 반지하 주민들의 피해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월세 지원,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주거상향’ 정책을 통해 반지하를 벗어난 주민은 약 23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 전체 반지하 주택(약 21만 명)의 1.1%에 불과한 수치다. 서울시가 폭우 참사 직후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선언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아직 대다수의 반지하 주민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환경에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공공·민간임대주택 이주 우선권 부여 및 보증금 무이자 대출’ 정책의 혜택을 받아 반지하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1300가구에 그쳤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물량이 많지 않고, 수천만 원의 임대주택 보증금 역시 주민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비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지상층 이주 시 월세 20만 원 지원’은 970건만 진행됐다. 지난해 8월 폭우 피해가 컸던 동작구는 312명, 관악구는 129명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혜자가 월세를 받을때마다 누적 집계된 수치라 실제 지원을 받은 가구는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주택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창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반지하 주택을 점진적으로 줄이려는 정책도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지난달까지 SH가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98호로 올해 목표치(3450호)에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LH는 1건도 매입하지 못했다.
아직 반지하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폭우와 침수 피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여름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의 고온 현상을 뜻하는 엘니뇨가 발달해 기록적인 고온과 홍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기상 전망’에 따르면 7월 강수량이 평년(245.9∼308.2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였다. 8월에는 평년(225.3∼346.7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까지 올라간다.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 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