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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안된 ‘유령아이’가 2200명이나 된다니

출생신고 안된 ‘유령아이’가 2200명이나 된다니

Posted June. 23, 2023 08:10   

Updated June. 23, 20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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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서 30대 친모가 영아 2명을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데 이어 어제는 화성에서 20대 미혼모의 영아 유기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영유아 23명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행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인천과 경남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미신고 출생아들의 생존 여부를 조사 중이어서 피해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태어난 줄도 모르고 방치된 ‘유령아이’들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 드러났다. 2015∼2022년 예방접종 자료를 출생신고 기록과 비교한 결과 신고에서 누락된 영유아 2236명을 찾아낸 것이다. 그동안 대대적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작업을 벌인다더니 8년간 유령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저출산을 걱정하고 있었던 건가.

화성 사건의 피의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원 냉장고 유기 사건의 피의자도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고 했으나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냉장고 속 아기 시신을 확인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행방 확인을 요청한 23명은 위험도가 높은 사례인 만큼 극단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나머지 미등록 유령아기도 전수 조사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영유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병원을 이용할 때 보험 혜택을 못 받고, 의무교육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가정에서 방치된 채 학대나 유기를 당해도 밖에서는 알기 어렵다. 매년 미등록 아동학대 사건이 1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이유다. 올 3월에는 생후 100일도 안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됐다. 2021년에는 친모가 여덟 살 미신고 여아를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유령아기들은 범죄를 당하고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는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법이 계류 중이다. 법 통과 전이라도 예방접종 기록과 분만 자료 등 정부와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면 유령아이를 찾아낼 수 있다. 출생신고 등록은 인권보호의 출발점이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아이들이 태어나 이곳저곳에 남긴 기록들을 모아 ‘등록될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