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면접도 규제…대학 자율화 역행하는 사교육 대책

교육부가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데 이어 대학별 고사에서도 킬러 문항을 없애는 내용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별 논술과 면접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는지 점검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문제의 대학에는 불이익도 주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고 출산률을 떨어뜨리는 망국병이 돼가고 있다는 정부의 문제 의식에는 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경쟁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문제의 난이도 조절만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논술과 면접 같은 수시 전형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대학 자율화 방침에 역행하는 것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더 큰 대학 자율’은 정부가 출범 직후 국정과제로 제시한 교육개혁의 주요 방향이다. 대학 규제 개혁을 위해 ‘대학규제개혁국’도 신설했다. 교실 크기부터 학생 평가 방법까지 획일적인 규제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사립대가 건학 이념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대학 자유의 기본이다. 대학 자율화를 내건 정부가 특정 문항이 공교육 범위 안에 있는지 구분도 모호한 기준으로 면접 문항까지 시시콜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교육부는 이날 3년 치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 국어 수학 영어 480문항을 검토한 후 출제에서 배제되는 킬러 문항 22개를 가려내 예시로 공개했다. 그러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답률이나 일관된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수능 문항은 매년 500명의 전문가들이 한 달 간 숙식하며 출제하고 검토한 문제들이다. 교과과정에서 벗어났다고 정부가 문제 삼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주일간 4회치 문제를 분석하고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공정 수능’을 망치는 사례로 낙인찍을 수 있나. 교육 현장에서는 “킬러 문항의 명확한 근거를 찾기 위해 다시 학원을 찾을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학 입시는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있어 어느 한 곳을 건드리면 그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게 돼 있다. 더 이상 덧내지 말고 사태를 수습해 올해 수능을 안정감 있게 치르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수능 코앞에 두고 출제 기조 변화가 톱뉴스로 오르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