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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대통령 발언…정제된 ‘지도자의 언어’ 듣고 싶다

거칠어진 대통령 발언…정제된 ‘지도자의 언어’ 듣고 싶다

Posted July. 01, 2023 07:54   

Updated July. 01, 20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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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여야 공방으로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측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둔하고 야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 특유의 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취임 초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발언이 잇달아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 발언은 미리 준비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단체 행사에서 나온 발언임을 감안해도 그 수위는 지나쳤고, 전후 맥락상 누가 들어도 전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들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발언은 최근 정부 인사들의 막말과도 맞물려 있다. 검사 출신의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은 “국민 70% 이상이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이 박 위원장의 극단적 발언을 두둔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 극우적 유튜브 방송을 하던 인사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내정된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제 각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낼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불러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과 맞서 싸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측은 ‘이권 카르텔’ 타파는 2년 전 윤 대통령이 정치참여를 선언할 때부터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권력의 사유화를 넘어 집권 연장으로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비판했던 것과 맞물려 전임 정부의 잔재를 뿌리 뽑으라는 강력한 주문이라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이런 일련의 발언은 장·차관급 15명 인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새 정부 기조를 가다듬으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거대 야당에 대한 절망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국정 아젠다와 구체적 정책으로 보여줘야지 이념적 대결적 언사로는 편가르기만 가속할 뿐이다.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는 효과도 크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적폐청산’을 내건 전임 정부의 실패가 반증한다. 윤 대통령 발언에선 집권 2년차 들어,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영 대결이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은 지도자의 언어일 수 없다. 더욱이 흥분과 분열의 언어는 보수의 품격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