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구팬들이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가 던지는 공을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내년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공식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동조합은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내년 3월 20, 21일 서울에서 2024시즌 개막전을 벌인다고 13일 발표했다. 경기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유력하다.
‘서울 시리즈’라고 명명된 두 팀의 2연전은 MLB 역사상 역대 9번째 해외 개막전이다. MLB는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북미를 벗어난 전 세계 곳곳에서 정규리그를 진행하는 ‘월드 투어’를 추진해 오고 있다. MLB 공식 개막전이 북미를 제외한 지역에서 열리는 건 스즈키 이치로(50)의 은퇴 무대였던 2019년 일본 도쿄 시리즈(오클랜드-시애틀) 이후 5년 만이다.
서울 시리즈에서 맞붙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의 두 팀은 ‘스타 군단’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샌디에이고에는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내야수 김하성을 비롯해 매니 마차도,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강타자가 즐비하다. 에릭 그룹너 샌디에이고 구단 최고경영자는 “한국은 풍부한 전통과 열정적인 팬들, 그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있는 위대한 야구의 나라”라며 “역사적인 2024 서울 시리즈를 통해 지구촌 야구 홍보대사로 나서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1년) 처음 샌디에이고에 입단했을 때 한국에서 샌디에이고와 함께 MLB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를 우리나라에 초대하고 좋은 기회를 같이 경험할 수 있게 돼 저에게 무척 특별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개척자 박찬호(은퇴)가 몸담았던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MLB 팀 중 하나다. 박찬호를 시작으로 최희섭(KIA 타격코치), 서재응(KIA 투수코치), 류현진(토론토) 등이 푸른색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저스는 최근 들어 매년 좋은 성적을 올렸고,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부활한 왼손 에이스 커쇼를 비롯해 무키 베츠, 프레드 프리먼, J D 마르티네스 등이 팬 투표 올스타에 선정됐다. 다저스는 올해도 51승 38패(승률 0.573)로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년 MLB 월드 투어는 서울 시리즈를 시작으로 4월 28, 29일 멕시코 시리즈(휴스턴-콜로라도), 6월 9, 10일 런던 시리즈(뉴욕 메츠-필라델피아)가 이어진다. 시범경기 기간인 3월 10, 11일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보스턴과 탬파베이가 맞붙는 도미니카공화국 시리즈가 열린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