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는 모든 전투에서 선두에 서서 싸웠다. 필자는 알렉산드로스가 요절한 것이 부상 후유증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가슴뼈에 화살이 박힌 마지막 부상은 거의 사망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중상이었다. 이 중상 이전에도 그는 무수한 부상을 당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병사들 앞에서 온몸에 나 있는 상처 자국을 보여주며, 나보다 더 상처가 많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토록 선두에서 맹렬하게 전투를 벌이면 전사할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이 있다. 패전의 위험이다. 전황이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전투에 정신이 팔려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알렉산드로스는 선두에서 백병전을 벌이면서도 전투의 전체 상황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든 병력을 이끌고 정복 전쟁을 감행하려면 자신이 군을 직접 이끌어야 했다. 다른 이에게 최강의 군대를 맡겼다가 그가 회군하면 감당할 방법이 없다. 전장에 자신이 직접 병력을 인솔하고 갔어도, 다수의 적과 위험한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지휘관이 자신감을 잃으면 적에게 항복하고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불가사의한 능력은 신이 내린 재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인의 처절한 노력이자 투쟁이었다.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힘으로 정부를 파괴할 수 있다고 해도, 통치하기는 힘들다. 전쟁영웅이 지도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런 경우도 힘이 아니라 국민의 인기와 신뢰를 통해서이다. 반면 아직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한 사회에서는 군부의 장기독재가 이어지거나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다. 지휘관이 권력을 잡는 순간, 군대, 병사들과의 직접적인 연계가 끊어지고, 그 순간에 권력 기반을 상실한다.
프리고진의 쿠데타 이후 러시아의 동향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국가의 정체와 정치적 현상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적 민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이해에 중대한 지표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동향이 흥미로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