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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道 연락 못받아”…도청 “불가항력”…경찰은 “인력부족”

시청 “道 연락 못받아”…도청 “불가항력”…경찰은 “인력부족”

Posted July. 18, 2023 07:59   

Updated July. 18, 20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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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핵심적인 의문은 ‘강물이 밀려드는데 왜 차량이 진입하는 걸 아무도 안 막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17일 청주시와 충북도, 경찰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법에 따라 청주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른 행정기관들도 책임을 완전히 피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청주시와 충북도

우선 청주시는 “충북도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을 못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총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고, 구와 읍면동 단위까지 비상근무자를 편성해 운영했다”며 “당일에도 오전 2시 15분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3단계로 격상시켰다”고 해명했다. 또 “도로법상 해당 도로의 통제 권한은 충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청주시 산하에 있는 흥덕구의 경우 “오전 6시 반경 미호천 범람 위험 사실을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통보받고 시에 알렸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흥덕구는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로 구청장도 청주시에서 임명한다”며 “별도의 재난대응 매뉴얼도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와 지자체의 대응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 대응 주체는 지자체에 있는데 흥덕구는 지방자치법상 지자체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도로 관리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인 충북도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사고 4시간 전 이미 위험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 등에 교통 통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청주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행복청이 범람한 미호천 주변의 제방 높이를 낮추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물이 갑자기 몰려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12에 접수된 신고에는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어느 곳으로부터도 도로 통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 경찰·소방도 사고 막을 기회 놓쳐

그렇다고 경찰과 소방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15일 오전 7시 반경부터 오전 9시까지 15건의 침수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침수가 시작되기 약 40분 전인 오전 7시 58분경 접수된 신고에선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할 것 같다”며 신고자가 구체적으로 장소까지 특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강내면 탑연 사거리 곳곳에 침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곳 일대에 경찰력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산사태와 도심 도로 침수로 이미 인력이 총동원된 상황이었다”며 “추가 교통 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의 경우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경 “제방이 유실돼 넘칠 것 같으니 현장에 와서 조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지하차도 인근에 오전 8시 3분경 도착해 26분간 머물다가 청주시에 상황을 전달한 뒤 사고 직전인 오전 8시 29분경 현장을 떠났다. 소방 관계자는 “청주시청에 3번, 흥덕구청에 7번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안 받아 다른 현장으로 떠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재난기본법은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개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기초단체장에게 집행권을 부여한다”며 “1차적으로 기초단체장인 청주시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다만 상황을 보면 충북도와 경찰 등도 완전히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유근기자 big@donga.com · 주현우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