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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km 광속구, 우승 열망 눈빛…설레요, 亞게임

160km 광속구, 우승 열망 눈빛…설레요, 亞게임

Posted August. 01, 2023 07:45   

Updated August. 01, 20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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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번 공은 못 잡길….’

프로야구 한화의 투수 문동주(20)는 아버지와 캐치볼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아버지 문준흠 씨(49)는 “아빠 맞혀도 되니까 온 힘을 다해 던져봐”라고 말한 뒤 시속 140km를 넘나드는 문동주의 공을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방문경기 일정 중 만난 문동주는 “그래도 명색이 투수인데 포수 생활도 해보지 않은 아버지가 내 공을 그렇게 쉽게 잡아내니 속상했다. 아버지가 무서워서 피하길 바라며 던지다 보니 자연스레 공이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시속 160.1km짜리 속구를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공식적으로 구속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시속 160km가 넘는 공을 던진 한국인 투수는 문동주가 처음이었다.

공만 빠른 게 아니다. 문동주는 이번 시즌 6승 6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신인상 1순위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문동주는 한화에 입단한 지난해 28과 3분의 2이닝만 소화했기 때문에 프로 2년 차인 올해도 신인상 수상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문동주는 “지난해 부상으로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프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고 몸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는 시속 160km 이상을 던진 것보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내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구속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문동주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내 페이스에 맞춰 던지는 게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내 평균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구속을 매년 적어도 시속 1, 2km씩은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문동주가 이 목표를 이루면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게 된다. 현재까지 KBO리그 최고 구속 기록 보유자는 LG 외국인 투수 리즈(40)로 2012년 9월 24일 문학 방문경기에서 시속 162.1km를 남겼다.

문동주는 빠른 공을 무기로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따냈다. 문동주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우리 팀에서만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화 선수 누구든 꼭 국가대표에 선발되길 바랐다. 내가 대표팀에 뽑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속 160㎞가 넘는 빠른 공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으니 투수로서 좋은 장점인 것 같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첫 국제대회이니 어떤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든 강속구를 던지며 내 역할을 해내고 싶다”며 “목표는 물론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50)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올해 문동주에게 130이닝 이상을 맡기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시안게임까지 포함해 130이닝이다. 이에 따라 문동주는 9월 이후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88이닝을 소화한 문동주는 “내게 주어진 이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리그에서 남은 경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 1승이라도 더 올려서 팀이 ‘가을 야구’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