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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철수…‘파행 잼버리’ 대응 역량에 나라 위신 달렸다

英美 철수…‘파행 잼버리’ 대응 역량에 나라 위신 달렸다

Posted August. 07, 2023 08:03   

Updated August. 07, 20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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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던 영국 대표단에 이어 미국 대표단이 그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국 대표단 4400명, 미국 대표단 1500명은 폭염 속 허허벌판 야영장에서 제기된 건강과 안전 우려로 짐을 싸 서울의 호텔과 평택 미군기지 등으로 이동 중이다. 싱가포르 대표단 67명도 야영장을 떠났다. 전체 참가자의 15%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조기 철수한 것은 잼버리 대회 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독일, 스웨덴 등 당초 퇴영을 검토하던 국가 대표단은 회의를 거쳐 잔류 결정을 내렸지만 가장 많은 대표단을 보낸 미국과 영국이 잇따라 빠지면서 잼버리는 결국 반쪽 행사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한쪽이 텅 비어버린 야영지를 보면서 남은 대원들의 사기가 이전 같을 수 없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에서 여성 샤워장으로 외국 국적의 남성 지도자가 들어간 것을 놓고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다. 6일 K팝 콘서트 일정은 연기됐는데, 당일 오전까지도 공지가 되지 않아 참가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정부가 냉방버스와 얼음생수 보급, 그늘막과 물놀이시설 추가 설치 등 대응 총력전을 펼치면서 온열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청소인력 930명이 추가 투입돼 위생상태가 나아졌고, 취소된 100여 개 야외활동 대신 전국 관광 프로그램 90개가 추가로 마련됐다. 뒤늦게라도 보완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전 세계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부랴부랴 미봉책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잼버리 혼란 수습을 위해 조계종이 전국 사찰을 야영지 및 템플 스테이용으로 개방키로 했고 기업들도 이온음료부터 의료인력까지 지원하는 등 속속 동참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결국 민간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 됐다. 여야가 책임 소재를 놓고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했다”느니 “현 정부의 안일한 대응 탓”이라니 하며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도 보기 민망하다.

새만금 야영장에는 지금도 151개국 3만6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잼버리는 12일까지 아직 5일이 남았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위기관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졸속운영의 책임과 경위를 따져물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약속대로 “단 한 명의 대원도 실망하지 않도록” 행사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